2022-12-07조회 598

[창의환경 조성] 어른도 함께 놀다 보면


지난 가을, 10~11월 고무신, 구지원 작가와 함께 진행한 SEED Jr. <함께 놀다 보면> 에 어른이 친구도 함께했습니다. 처음 퓨처랩을 마주한 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이 친구에게도 똑같았습니다. 어른이 친구는 어떻게 아이들과 친해지고, 퓨처랩에 문화에 스며들게 되었을까요? 보조작가 빈이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26살 어른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다.

저는 어디를 가든 막내였습니다. 집에서도 막내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제가 막내인 경우가 많았죠. 그 때문에 어린 아이들과 친해지는 일은 제게 항상 해결하지 못한 과제처럼 남아있었습니다. 꾸준히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어요. 아이들 앞에 서면 늘 안절부절못했죠. 그렇기에 퓨처랩의 창의 프로그램 '함께 놀다 보면'에서 고무신, 리옹,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은 너무나도 특별했습니다. 저에게 아주 큰 도전이자 성장이었거든요.




“저는 선생님이 아니에요.”

 아이들을 만나는 첫날,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고, 아이들은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자연스레 고무신을 ‘선생님’이라고 불렀어요. 하지만 고무신은 웃으며 "저는 선생님이 아니에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아이들을 대하는 저의 태도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된 것 같습니다. 늘 어른의 눈높이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던 건 아닌지 하고요. 그 순간부터 저는 선생님이 아니라, 친구의 자세로 아이들을 대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제목인 '함께 놀다 보면'에 걸맞게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듣는 연습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할 때 저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친구들과 있을 때 어떤 요소들이 저를 즐겁게 하는지 생각해 보고, 그 요소들을 아이들과 친해지는 데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친구들과 있을 때 가장 저를 행복하게 했던 것은 대화였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특히, 친구가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때면 더욱 친밀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듣는 연습'을 했습니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지만,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묻고,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놀이도구,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반응이 나왔습니다. 정말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았거든요. 그렇게 듣고 듣다 보면, 자연스레 아이들은 비밀을 말해주겠다며 가까이 다가오기도 하고, 조용히 안기기도 했습니다. 고무신은 고무신의 방식대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놀이 중에 누군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바로 "그래, 그럼 지금부터 --가 말한 대로 해보자!"라고 외치며 놀이 속에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습니다. 때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즉석에서 놀이를 만들어 내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놀이에 더 깊이 몰입했습니다. 듣고, 공감할수록 아이들과의 관계가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듣는 연습을 거듭할수록 듣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화자가 되기를 좋아했던 제가 좋은 청자가 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놀이 속에서 빛나는 아이들

고무신은 매주 새로운 놀이도구를 아이들에게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매번 완성품이 아닌 준비물을 한아름 들고 오셨어요. 기존의 놀이도구들도 고무신과 함께라면 새로운 놀이도구로 재탄생하고는 했습니다. 동그랗고 네모난 교구들은 땅콩 발사기가 되기도 하고, 비눗방울을 만드는 막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켓몬 카드는 “챡!” 소리를 내며 펄쩍 뛰어오르는 개구리 딱지로 변신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도구를 직접 만들며 놀고, 완성품으로 놀았습니다. 과정과 결과를 모두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저까지 뿌듯해지고는 했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놀이도구들은 저마다 생김새가 달랐습니다. 같은 준비물도 저마다의 개성에 따라 다른 놀이도구로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마치 아이들처럼 저마다 다르게 움직이고 다르게 빛났습니다. 같은 장난감으로 놀았다면 알지 못했을 그 움직임과 반짝임이 너무나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함께 놀다 보면

아이들은 3시간 동안 놀이에 열중했습니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이야기하고, 뛰고 웃으며 자신의 에너지를 표출했죠. 그 모습을 보자 저도 덩달아 놀고 싶어지더군요, 그리고 자연스레 어른의 모습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점점 목소리도 커지고, 아이들과의 상황극에 몰입해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서슴지 않았어요. 노래도 부르고요, 즉석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능력까지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제대로 놀았죠, 함께 웃고 떠들며 노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어요.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노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 없었거든요. 놀러 나와서도 남은 할 일이 항상 걱정되던 제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놀이 시간은 오직 즐거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랑해’

열심히 놀고 나서, 아이들은 놀이 일지를 통해 자신의 놀이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합니다. 그날의 사건과 감정을 본인이 느낀 대로 자유롭게 기록하는데요, 작은 손으로 종이를 알록달록하게 채워나가는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로워 매번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일지 속에 써 내려가던 문장이 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빈 사랑해’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던 저였기에, 이 순수한 애정 표현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아이들의 친구로 거듭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함께 놀다 보면’에 참여하며 저는 많은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드디어 아이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인데요,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진심으로 함께 노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청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각자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모습도 볼 수 있었죠. 또 다른 변화는 놀이의 즐거움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함께 웃고 즐기는 일에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을 통해 저는 ‘힐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동시에 더 큰 에너지를 얻어 갈 수 있는 시간이었죠. 이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았다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가끔은 ‘어른다움’을 벗어던지고 친구들과 밖에서 신나게 노는 시간을 가져볼까 싶습니다. 저에게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선물해주신 퓨처랩, 고무신, 리옹 모두 감사합니다. 덕분에 한 달 동안 잘 놀았습니다!


글 | 인빈 (함께 놀다 보면 보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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