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7조회 1,563

[퓨처랩 피플] '미래'를 빚어보는 경험 - SEED12 기획그룹 이룹빠!


청소년들이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와 연구자들과 함께 손으로 직접 만들며 시도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생각치 못한 질문을 탐구하고 나의 관심을 찾아가는 시간. 퓨처랩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SEED의 12번째 시즌 가 다가오는 1월 시작됩니다.  지난 12월 5일, SEED12 기획을 맡은 '이룹빠!'를 구기동 작업실에서 만났습니다. 예술가로서 어떻게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지, '미래'를 주제로 하는 이번 SEED에서는 어떤 경험의 장이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이룹빠! (좌측부터) 이화진, 한석경, 전용석 작가

 

오랫동안 아이들을 만나는 작업을 해오셨는데, 처음 이룹빠!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이화진 작가(a.k.a.두부): 아이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곳. 계속해서 수집한 것을 어떤 매체를 활용해서 표현할지 작가들과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집단입니다. 어린이들과 현대미술을 하는 일종의 스튜디오 그룹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어린이들과 예술가와의 만남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예술가 측에서 주도적으로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다 보니 이룹빠!가 되었습니다.


왜 아이들과 예술가의 만남이 중요할까요?

전용석 작가(a.k.a.야호): 아이들과 만나다보면 삐딱한 자세나 말꼬리 잡기처럼 놀이거리가 될 것 같지 않은 것이 놀이가 되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의미 없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사실 예술이고,그런 작업을 하는 것이 예술가여서 아이들은 예술가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대미술에 분야에서는 이런 유희적 행위가 개념적, 방법적으로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접점이 많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훨씬 더 같이 놀기 좋은 동료라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교육을 전공한 사람보다 예술가가 아이들을 만나고 노는 것이 더 편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놀이가 교육에서 많이 접목되고 있지만 학습효과를 증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크지 않은가 싶습니다.


모든 예술가가 아이들을 만나는 교육활동을 편안해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그럴까요? 

야호: 아이들을 만날 때 교육 또는 양육의 역할을 요구받는다고 생각할 때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교육’이라고 할 때 상정되는 역할 구조가 부담을 만들어내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대등하게 만나고, 가르치거나, 계발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을 때 이런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예술가들이 그런 면에서 아이들의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이들이 부담스러웠는데 아이들 양육을 맡게 된 것이 계기가 되면서 아이들과의 만남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경험들이 쌓이면서 생각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한석경 작가(a.k.a.간장): 아이들 교육하는 걸 어려워하는 예술가들도 당연히 있습니다. 우리 모두 아이들이었을 때가 있었는데 그 때의 감각, 언어를 잊어버려서 그런거 같습니다. 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다 이해할 수 없고, 그 생경스럽고 원초적인 감각들을 다시 느끼려고 했을 때 당황스러움이 분명히 있거든요.아이들의 말이 무자비할 정도로 산발적일 때가 많은데 그것을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싶은지, 아니면 그저 낯설고 부담스러운지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아이들과 만나는 예술가의 활동을 ‘교육’이라고 자주 표현하지만, 사실 예술가가 아이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와 예술가의 활동을 표현하는 언어를 새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두부: ‘교육’이라고 하면, 뭔가 가르치는 것이고 교육자는 ‘티칭(teaching)’하는 사람이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을 전달한다는 개념이 보통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술가가 아이들과 만나는 것은 단지 자신이 갖고 있는 스킬을 전달하는 건 아니잖아요. 스탠포드대에 계신 폴킴 교수가 오래전 부터 해온 말씀이기도 한데,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공감해요. 예술가와 어린이의 만남도 결국 서로가 코칭을 받는 것입니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계속 질문을 던지고, 동등한 대화를 갖는 만남이죠. 아이들이 품은 이야기와 질문을 항상 무궁무진합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호기심이 많은 예술가는 자신의 이야기에 민감하게 귀기울이고, 경탄하며, 흥미롭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좋은 동료입니다. 

간장: 아이들이 이룹빠!와 만날 때 학원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놀러오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외워야하고, 성취해야하는 것으로 교육이고 공부라는 인식이 되다 보니, 그것과 다른 방식이라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죠.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주고 계속 탐구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해요. 그런데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교육환경 자체가 대개 ‘티칭’을 받으러 가는 곳이잖아요. 그런 환경도 필요하겠지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코칭’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에요.


퓨처랩 워크숍에서 아이들과 작업하고 있는 이룹빠!

 

 

퓨처랩과 꽤 오랜 시간 함께 협업을 해오시다가 SEED 기획은 처음 맡게 되었는데 어떤가요? 

두부: 퓨처랩이 저연령 어린이와 만나는 시도를 하면서 이룹빠!와 협업이 시작되었고, 그간 <자유연상도시>, <팅커풀(TinkerPOOL)> 등의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4년 정도 함께 작업을 같이하면서 퓨처랩도 저에게 하나의 어린이처럼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이 끝날 때 다음에는 여기서 이런걸 해보면 좋겠다는 질문이나 생각이 들어서 계속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야호: SEED 초대 디렉터 김탕이 처음에 만든 틀이 예술가들에게 낯설지 않아서 잘 적응을 했던 것 같습니다. 퓨처랩이 지향하는 목표가 예술가과의 협업을 필요한다고 생각하고, 그 지향 속에서 이런 공간을 유지하고,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퓨처랩이 예술가와 협업하는 이유는 사실 ‘예술가적 사유’와 탐구의 방식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고유한 모양과 관점을 잘 찾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정답을 정해놓지 않고, 세계를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고 만나는 시각과 태도가 무궁한 배움의 경로를 열잖아요. 이런 사유방식을 가진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해 나가는 것이 퓨처랩의 지향이고,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사유 방식을 가진 많은 연구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카센터 사장님, 기생충을 연구하는 박사님과도 협업을 했었고, 과학자나 엔지니어들과도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

두부: 최근에 퓨처랩이 교육가들을 만나는 것이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태도와 시선을 가진 사람들을 계속 발견하고 또 그 문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예술가들이 작업하는 이유 중에 하나인 거 같습니다. 

야호: 개인적으로는 스마일게이트 자체에 덕후 감성이 녹아들어가 있다고 느낍니다. 어떤 것에 몰두하고 열정을 품어본 덕후들끼리 알아보는게 있지 않나요? 놀이에 심취하듯이 어떤 분야에 확 빠져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힘이 있고, 결국 우리가 아이들을 만나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SEED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경험하셨나요? 기획자로서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합니다.

간장: SEED가 처음에 런칭되었을 때 학기제 처럼 어느 정도 충분한 기간을 두고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에게 뭔가를 던져주고 싶다는 것이 애초의 설계 목표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시즌에 하나의 키워드를 정하고 설계한 다음에 함께 협업할 작가들은 모아서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했고, 협업 작가로 SEED를 처음 경험했었습니다. 

두부: 저는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저에게 SEED는 아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서로 다른 예술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탐구하고 풀어나가는 장으로 풀이되었습니다. 예술가마다 특정한 매체를 사용하지만, 또 그 매체를 넘나들고, 정해놓은 길이 있지만 유동적으로 바뀌어나가서 SEED가 끝났을 때 또 하나의 질문을 갖고 나갈 수 있는 경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이거 재밌었다!’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질문’을 가지고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SEED는 어떤 질문을 주고, 그것에 대한 질문에 대한 탐구를 끝났을 때 – 또다른 곳에서 질문이 떠오르는. 그것이 SEED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탐구하고 싶은 씨앗이 발아하게 하는 것?


이번 시즌 주제가 ’미래’인데,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야호: 아이들이 기성 사회에서 느끼는 압박, 두려움을 저도 비슷하게 느끼던 시기에 예술가로서 아이들과 만남을 시작했었습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미래라는 것이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것에 대해서 나온 두려움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아이들과 탐구해보면 재미있는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두부: 코로나19로 인해 미디어에 몰입하는 환경이 많아지면서 미래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잖아요. 코로나를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누군가에게는 시간이 멈춰버린 때였을 수도 있고. 시간이 평행적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고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졌어요. 

모든 놀이에는 현실적 접점이 있는데, ‘미래’는 현실적인 접점과 환상적인 상상을 접할 수 있는 좋은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과 상상의 전면을 건드리면서 미래를 직면하는 힘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많은 친구들에게 미래는 안갯 속일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을 직면하는 것 자체도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안개 속에 있는건지, 나는 이 안개 속에서 어떤 존재인지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질문을 던져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있는 것이 미래일 수 있고, 앞선 미래의 상이 있을 수 있고. 청소년 시기의 깜깜한 시절을 지나오는데, 이런 얘기를 하기에 너무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간장: 운전하다보면 안개가 많이 생기면 깜빡이 키잖아요. SEED는 방향 모를 때, 곁에서 나는 지금 여기 여기 정도에서 가고 있다고 ‘깜빡이’를 켜주는 일 같아요. 원래 씨앗이 터지면 물 주는 횟수도 바뀌어야 하는 것처럼 생장을 위해서 계속 방법을 바꾸잖아요. 나는 이 정도 알았고, 그 다음에 뭘 해야하지? 그걸 잘 키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아이들이 스스로 바꿔볼 수 있게 하는게 SEED가 기대하는 방향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룹빠!에서 한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가 학교에서 강낭콩을 심어 뿌리내린 모습을 그리면서 무척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친구가 말하기를, 학교에 어떤 애들은 강낭콩을 두고 왔지만, 자기는 집에 가져와서 화분에 심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참 남아요. 커리큘럼에 따라 지식이나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의 그 다음이 사실 더 중요하잖아요. 자기 관심을 이해하고, 그 다음을 궁금해 하고, 스스로 어떤 액션을 할 수 있는 힘. 그 힘을 키우는 것이 SEED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SEED12는 어떤 워크숍과 활동으로 구성이 되었나요?

두부: 첫날 워밍업에서 모든 참여자들이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와 단어를 수집하고, 그 내용을 갖고 각 작가별 워크숍 마다 사운드, 텍스트와 오브제, 캐릭터, 그리고 영상을 활용한 무드를 만들게 됩니다. 

아이들과의 활동을 통해 수집한 이야기와 단어 데이터를 모아 대화를 통해 글을 쓰는 AI 봇으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내가 미래가 다른 사람의 미래와 접점이 안될 수 없고 결국 공동체와 연결되어 있잖아요. AI가 아이들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문장으로 쌓아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러한 아이디어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우리 자체도 실험해보는 장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극을 올린다고 하지만, 완벽한 극을 생각하진 않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도 아이들의 방식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저 나름대로 생각하는 틀을 깨는 작업이 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또 퓨처랩 공유주방을 중심으로 있었던 샘 문화를 이번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에 함께 참여하는 장근범 작가(구부요밴드)는 미래니까, 전 세계의 라면을 가져가서 라면 끓여먹겠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지난 SEED 프로그램 현장

 

 

마지막으로, SEED12에 어떤 친구들이 오면 좋을 것 같나요?

두부: 내가 뭘하고 싶은지 분명한 친구들이 와도 재미있겠지만, 안개 속에 친구들도 와서 진탕 놀아보고,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그런 문제를 한번 짚고 가는 시기가 청소년기이잖아요. 자기 자신에 대해서 묻고, 한번 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특히 이런 시기에 현실과 환상의 접점에서 상상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미래를 말할 때 목표 지향적으로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거든요. 부모가 직접 제공하기 어려운 환경을 퓨처랩을 통해 아이들에게 선물해줘도 좋을 거 같습니다. 

간장: 스스로가 궁금한 친구들? 어떤 경험의 장에 한번 나를 던져보고 싶은 친구들?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두부: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는데, 뭔가 좀 해봤으면 좋겠고 하는 상태’에 있다면 SEED가 그것을 찾는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같이 고민을 해보자.' 이렇게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야호: 이룹빠!의 SEED로 오세요. Future is here!

 SEED12 프로그램 및 부모설명회
SEED12은 '23년 1.7~3.11까지 매주 토요일 퓨처랩에서 진행됩니다. 2회의 현장학습과 마지막 회차에 피날레 공연이 함께 진행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