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1조회 613

[창의환경조성] SEED 시즌12 : 협업은 미래


퓨처랩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SEED에서는 한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청소년들이 예술가, 관심사가 비슷한 또래들과 만나며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일어납니다. 이번 시즌12에서는 ‘00은 미래 주제로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미래에 대해 탐구하고 직접 빚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어떻게 막연한 주제인 미래에 대해 떠올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을까요?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진행된 SEED 시즌12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우리들의 '미래'를 찾아서!

서로가 서로를 처음 마주하는 자리. 미래라는 막연한 주제를 가지고 4팀의 예술가와 28명의 청소년들은 어떻게 소통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요? 먼저 각자가 생각하는 미래가 무엇인지 떠올린 뒤, 각자의 미래를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코딩은 미래다’, ‘즐거움은 미래다’ 등 여러 키워드가 등장한 가운데, 각자의 미래가 사다리로 연결되어 SEED 시즌12의 동그란 미래 주머니가 생겼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미래를 한 군데 모아 완성한 미래 주머니


청소년들의 생각을 더 끌어내기 위해 예술가들은 엉뚱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부요(예술가) : 즐거움을 먹고 똥을 싸면 뭐가 나올까?

누멍(청소년) : 즐거움을 먹고 똥을 싸면 슬픔이 나와요. 왜냐면 즐거움을 먹었으니까 슬픔이 사라지고 배출될테니까요.


이룹빠(예술가) : 내가 사물이라면?

우마이(청소년) : 저는 지우개일 것 같아요. 지우개하면 연필을 책임감 있게 도울 수 있고, 연필이랑 같이 다닐 수도 있잖아요.

퓨처랩 스태프 : 그럼 너에게 연필이란 어떤 존재야?

우마이(청소년) : 친구나 가족이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하나의 키워드를 다각도로 생각해봅니다. 한 뼘 자란 상상의 공간을 채워줄 이번 시즌의 히든 카드는 바로 AI. 스마일게이트에서 자체 개발한 AI 작문 생성 프로그램과 대화 나누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AI는 때론 말도 안 되는 답변을 내놓기도 하고, 때론 정말 사람처럼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캐릭터 창작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은  AI와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미래 캐릭터의 특색을 설정하고 모습을 그려내기 시작했죠. 이렇게 첫 번째, 기술과의 협업을 통해 ‘미래’의 밑바탕이 그려졌습니다.


AI와 대화하며 나온 결과물로 작업하는 청소년들


생각의 확장을 이끌어주는 대화

관심사와 흥미를 바탕으로 4팀의 예술가를 따라, 4개의 팀이 구성되었습니다. AI와 함께 만든 미래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등장인물을 골라 직접 만들어보는 캐릭터팀, 미래에서 온 나무의 모습과 쓰임새를 떠올리며 작업하는 목공팀, 미래의 소리를 상상하며 악기를 만드는 사운드팀,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작품을 만드는 영상팀! 팀마다 진행하는 작업이 다른 만큼, 협업의 결도 굉장히 달랐는데요. 집에 가면 입을 꾹 닫는 청소년들의 생각과 마음을 활짝 여는 예술가들의 비법은 무엇일까요?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청소년들


먼저 영상팀에 모인 청소년들은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기도 하고, AI가 만들어준 이야기에서 단서를 찾기도 했죠. 


쪼(청소년) : 미래에는 아무래도 감정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주인공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희,노,애,락이라는 감정을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구부요(예술가) : 예를 들면 누구를 만나는데? 애(슬픔)는 누구를 만나야 찾을 수 있어?

쪼(청소년) : 직장인이요. 직장인은 슬플 것 같아요.

구부요(예술가) : 그래? 직장인은 어떻게 슬픈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시간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었습니다. 영상팀을 담당한 구부요팀은 아이들을 함께 작업하는 동료로 인정하며,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계속 질문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어 물꼬를 틔웠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관심과 생각에 대한 세심한 관찰에 기반한  정확한 피드백과 지속적인 대화를 매개로 청소년과 예술가의 협업은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함께 방법을 찾아가는 방법 

유난히 많은 청소년들로 구성된 목공팀은 각자의 미래와 꿈에 대한 이야기를 무한하게 키워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작업에 돌입하자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목공팀에 함께했던 예술팀 신박은 아이들이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작업할 수 있도록 보다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신박(예술가) : 이렇게는 안 될 것 같아. 팀으로 힘을 합쳐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우리 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한 다음에 계획을 세우자. 


처음에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경계에서 방황하던 아이들은 소그룹이 만들어지자 금방 하나의 이야기를 설정하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각자 상상했던 이야기에서 공통점을 찾아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나니 진전이 빨라졌습니다. ‘탈 것’을 주제로 삼은 목공팀 세진, 한, 휘는 과거와 미래 사이를 오가는 기차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미래에는 부족한 나무를 과거에서 가져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나무가 복제되며 풍족해지는 그야말로 미래의 생존 열차였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통점을 찾고, 재료를 공유하고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같은 내용도 어떻게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 구현될 수 있는지 확인하며 협업을 이뤄냈습니다. 


미래의 탈 것을 주제로 작업한 목공팀 청소년들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작업하는 것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마냥 큰 꿈을 가지고 작업할 때는 빨리 결과물을 보고 싶은 마음에 예술가에게 작업을 위탁하던 청소년들은 팀을 만들고 목표를 설정한 뒤, 공구를 잘 다루는  또래 친구들에게 배우거나 스스로 작업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 미래의 세상 

각자 생각하는 미래를 향해 가는 길은 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재미있습니다. 사운드팀은 여러 가지 공간에서 소리를 수집하고, 미래의 소리를 상상하며 새로운 악기를 만들었는데요. 이 악기에서 나는 소리에 모두가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미래의 소리를 듣고 몰려드는 청소년들


악기에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소리가 났습니다.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핸드폰 진동 소리가 나기도 하고, 터널 속을 걷는 듯한 소리가 나기도 했죠. 사운드팀 버섯돌이(청소년)는 이 악기를 만들기 위해 집에 있는 기타를 가지고 와서 분해한 다음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기타의 넥(neck)을 잘라 새 악기에 붙일 땐 목공팀 친구들이 도움을 줬죠.


목공팀에서 받았던 도움을 사운드팀 친구들은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바로 캐릭터팀과 영상팀에게 소리를 선물한 것이죠. 캐릭터팀 친구들이 만든 캐릭터를 보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어떤 소리가 어울릴지 함께 고민하기며 소리를 만들고, 영상팀이 만든 미래 이야기에 싱크를 맞춰 라이브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SEED 시즌12 공유회에서 영상팀의 작품에 맞춰 사운드를 연주하는 모습



자연스럽게 마주치며 일어나는 협업

코로나로 한 동안 이용하기 어려웠던 공유 주방도 되살아나, 재미있는 만남의 윤활유가 되어주었습니다. 함께 음식을 나눠먹다 보면 어느 새 대화가 시작되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서로의 작업에도 관심이 생깁니다. 게다가 공유 주방은 퓨처랩에서 가장 많은 작업이 일어나는 철물점의 맞은 편에 위치해 있어 다른 친구들의 작업을 관찰하기 가장 좋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간식을 먹다가도 철물점에서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아보이면 시선이 향합니다. 


공유 주방에서 요리를 기다리기도 하고, 직접 하기도 하는 청소년들


목공팀 한이는 그렇게 자신의 게임을 플레이할 친구들을 모았습니다. 스티로폼에 과녁판을 만들고, 직접 활을 만든 다음 철물점에서 플레이하고 있었어요. 화살이 스티로폼에 꽂히는 소리에 하나 둘 모여든 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팀에 관계없이 어느 새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돌아가며 점수내기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이는 들뜬 목소리로 퓨처랩 스태프들에게 참여를 권하며 말했죠. 


한(청소년) : “이거 애들이 플레이 한 시간을 다 합치면 30분도 넘을 걸요?”


목공팀 한이가 만든 활과 과녁판으로 미니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


퓨처랩은 아이들이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느슨하게 어울리며 자유롭게 창작하기를 기대합니다. 서로의 이름을 몰라도, 어떤 작업을 하는지 잘 몰라도 괜찮습니다. 나란히 서서 이야기하다가 문득 만들고 싶은 것이 생기면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는 주변 환경과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미래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상상력을 꺼내 우리만의 멋진 미래를 만들어 준 모든 SEED 참여 청소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 │ 창의팀 키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