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6조회 308

[창작생태계 활성화] 경쟁을 연대로 바꾸는 힘


"나에게 갚지 말고, 다른 이에게 사랑을 뿌려라." 릴리 하디 해먼드의 소설 <기쁨의 정원(1916)>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어떻게 내가 가진 것을 타인과 나눌 수 있을까요? 이는 2001년에 개봉한 영화에서도 다뤄집니다. 한국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로 번역된 영화의 원제는 ‘Pay it Forward’입니다. 한 소년이 자신의 몫을 타인에게 주면서 그 선한 영향력은 릴레이처럼 확산되는데요. 이처럼 누군가에게 사랑을 돌려주는 Pay it Forward 문화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배움과 성장의 과정 또한 혼자의 힘으로만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이번 호에서는 퓨처랩의 인디게임 지원 사업과 한 게임 창작자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Pay it Forward 문화에 대해 나눠보고자 합니다.


퓨처랩의 인디게임 창작공모전 <IndieGo>는 Pay it Forward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초기 인디게임 창작자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으로, 기존 인디게임 창작팀들의 참여와 기부로 운영됩니다. 수입이 불안정한 소규모 창작팀이 기부에 나서는 건 특히나 무거운 결단이 필요한데요, 그럼에도 IndieGo에 뜻을 함께 한 인디게임 팀들이 있었습니다. 왜 그들은 기부에 동참하였을까요? 기부를 통해 무언가 얻기를 바랐던 것일까요? 이에 대해 인디게임 창작팀 ‘지팡이게임즈’의 조학현 님의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퓨처랩에서 느낀 진정성과 소속감


퓨처랩과 학현 님의 첫 인연은 퓨처랩의 인디게임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스마일게이트멤버십(SGM)(최근 수료식 보기)'에서 시작되었는데요, 그냥 게임이 좋아서 대학생 때 만난 팀원과 지팡이게임즈를 결성한 기쁨도 잠시, 인디게임 창작자로 살아간다는 건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게임 개발을 위해 준비할 것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죠. 학현 님은 SGM에 지원했을 당시, 퓨처랩 운영진으로부터 받은 질문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게임을 만들고 싶은 건가요? 아니면 돈을 벌고 싶은 건가요?” 이 질문을 통해 사업적 부분에 주목하는 여타 프로그램과 달리, 퓨처랩의 게임 창작 지원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각 창작팀은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합니다. 시장에 게임을 출시하고 경쟁하여 상업적인 성공을 기대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퓨처랩에 모인 창작팀은 게임 창작에 대한 진정성과 즐거움을 공유하며 서로를 견제하기보다, 응원과 지지를 바탕으로 함께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활동을 지속하면서 팀끼리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고, 각기 다른 이유로 게임 제작을 시작했지만 창작자로 길을 걷다보니 서로 의지가 되고 소속감도 느끼게 되더라고요.” SGM 수료 이후에도 창작자 커뮤니티(자세히 보기)를 통해 인연을 이어온 학현 님은 올해 5월에 진행된 IndieGo 시상금 중 일부를 기부했습니다.


돈을 기부하는 것의 의미


“퓨처랩에서 받은 것이 많았으니까, 퓨처랩에서 한다고 하니 망설임 없이 기부에 동참했어요. SGM 앞 기수 사람들도 기부를 했고요. 초기 인디게임 창작자에게는 돈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걸로 팀원들과 맛있는 것도 사 먹고, 필요한 에셋도 구매하고, 무엇보다 인디게임 개발자한테 기부를 받았다고 하면 내가 하는 일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 것 같았어요.


기부금이 슈퍼마리오 게임의 동전처럼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작은 지표가 되었으면 해요. 게임에서 동전을 따라가다 보면 골(Goal)에 진입하게 되는데, 동전이 없으면 이리저리 방황하며 게임을 꺼버릴 수 있잖아요. 자금이 부족한 인디게임 창작자들이 중간에 게임 개발을 포기하지 않도록 힘이 되었으면 하는 거죠. 좋은 게임이 끝까지 개발되어서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


“어려움이 있으면 빨리 꺼내 주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도록 서로 돕는 게 중요하죠. 경쟁은 20~30년이 지났을 때 가능하지 않겠어요? 지금은 함께 성장해야 할 때 같아요. 우리가 도운 팀이 잘 성장을 하면 나중에 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 믿어요.


학현 님이 바라는 커뮤니티의 모습은 “삽질의 경험치”를 나누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디게임 하나 만들고 사라지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학현 님도 혼자 고민할 때가 많았다고 합니다. 남모를 고민도 품어보았기에,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커뮤니티에 와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의지하기를 바라는 것이죠. 그래서 학현 님은 인디게임 창작자들을 ‘동료’로 생각했습니다. 서로 손을 마주잡고 상호 성장하길 바라기에 퓨처랩에서 받은 응원을 다른 창작자에게 돌려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경쟁을 연대로 바꾸는 힘, 누군가에게 필요한 도움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였기에 가능했던 게 아니었을까요?



인터뷰 진행, 글 │ 창의팀 시아, 창작팀 피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