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1조회 716

SEED 시즌16. 세 번째 이웃


청소년은 저마다의 관계 속에서 고유한 세계를 구성합니다. 

SEED 16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아이들의 세계에서 흔히 지나쳐온 존재들을 ‘세 번째 이웃’이라 이름 붙이며 출발했습니다.  


인간과 숨결을 나누는 식물, 동물, 미생물, 그리고 오늘날까지 함께 발전해 온 기계, 기술 등 비생명 존재까지,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청소년의 시선에서 이웃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대상들과 관계를 감각하고 창작을 통해 새로운 연결을 실험하고자 했습니다.



[기계극장 '움직이는 이웃들']  by.  마린보이 & 라쵸

힘의 균형과 변형을 이해하기 위해 오토마타를 활용해 수직 운동, 좌우 왕복 운동, 편심 회전, 감속·가속, 8자 운동, 확대 운동 등으로 다양한 메커니즘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익히고 이를 여러가지 움직임으로 바꾸어 실험했습니다. 이어서 마린보이의 안내로 퓨처랩 곳곳에서 일상적 도구와 철물점 기계를 찾아 작동 원리를 살피며 어떤 움직임을 구현할지 설계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양성자와 전자의 움직임을 표현하려면 어떤 운동을 변환해야 할까?”




아이들의 상상은 좋아하는 동물과 자연을 넘어 돈, 스마트폰, 법, 음식, 중성자, 우주까지 생각을 확장했습니다. 손으로 자르고, 붙이고, 실험을 반복하는 사이 작업테이블에는  종이조각과 시도의 흔적들이 쌓여갔고 서로 마주 앉은 자리에서는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제작을 이어갔습니다.


“자동차 와이퍼와 작동원리가 똑같아요!”


관심사에 따라 새를 좋아하던 친구는 새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주변 풍경을 섬세하게 담아냈고,  어떤 친구는 기후 위기를 주제로 강력한 태풍을 만들었습니다. 첫날 만든 바다의 파도를 실제로 일렁이는 움직임으로 표현하기위해 이틀내내 한 작품에 몰입하기도 했습니다. 비교적 잘 선택하지 않는 크랭크 구조를 이용해 인형의 움직임을 구현하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사례도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들이 만들어 낸 ‘움직임’에는 자기만의 시선과, 감정, 이웃에 대한 섬세한 표현이 담겨있었습니다. 또한 각자의 이웃을 자기 이야기 속으로 초대하는 과정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넘나드는 설계방식을 자연스레 체득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끙끙대는 시간 끝에 엔진들이 맞물리면서 처음 ‘움직이는’ 그 순간이 바로 아이들 각자의 극장에서 맞이한 클라이맥스이지 않았을까요?


[기이한 이웃, 낯선 연결] by. 조조 & 노바

AI와의 협업이 자연스러워진 요즘, 창작의 초점은 결과물이 아니라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조조와 진행한 이번 워크숍에서는 AI를 동료로 두고, 아이들 안에서 일어난 기록과 질문을 단서 삼아 이야기의 지도를 펼치고 캐릭터를 조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탁본은 어디에서 뜬 거야? 어떻게 이런 무늬가 나왔어?”

 

먼저, 이야기의 배경설정을 위해 예술가의 시선으로 공간을 읽고 기록하는 방법을 탐색해보았는데요,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의 관찰 방식을 소개하며 감각 중심의 기록을 시도했고, 각자의 공간에 충분히 머무르며 탁본으로 주변의 질감과 흔적들을 모아나갔습니다.

(*프랑스 소설가 조르주 페렉은 일상의 공간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치밀하게 기록하는 실험적 글쓰기로 공간의 의미를 탐구한 작가이다.)




이렇게 모인 ‘창작의 재료’에 불을 붙이는 것은 다름 아닌 ‘질문’ 이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의견과 질문을 주고받으며 아이디어를 깊게 다듬었고, ‘기이한 이웃’을 상상하는 일이 막연해질 때에는 AI 프롬프팅으로 내러티브의 윤곽을 선명히 하며 영상 제작에 집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서사를 담은 영상을 완성해 ‘동굴방 상영회’ 함께 나누었습니다.  




짧은 3일이었지만, 아이들은 AI를 ‘다루는 법’보다 ‘관찰과 표현방식’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무엇을 이야기할지’, ‘왜 이 이야기인지’ 스스로 의도, 의미, 방향을 정해가며 그 그 과정에서 솟아난 질문들을 한층 더 뾰족하게 다듬어갈 수 있었습니다.


[너와 나와 컴퓨터의 눈과 귀]
 by. 아르동 & 온

내가 보는 세상이 어떤 소리로 들릴까요? 아르동과 함께한 이번 워크숍에서는 컴퓨터의 눈과 귀를 빌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감각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컴퓨터 비전과 생성 사운드 기술을  활용해 화면 속 픽셀을 움직이고 카메라에 사물을 비추며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보았고,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서로의 소리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각자가 만든 소리를 함께 듣고 차이를 감각하는 과정에서 질문과 상상을 던지며 평소에는 귀기울이지 못했던 소리의 층위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타일방에서 새어 나오던 소리실험에 이어서 퓨처랩은 미스터리한 사건현장으로 변했습니다. ‘세 번째 이웃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공간 구석구석 남겨진 단서들을 소리로 환기시키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 갔고 그 과정에서 세번째 이웃의 존재에 한층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실종된 이웃을 누구일까? 내옆 의자에 앉은 사람, 옆집 아주머니, 지구 옆에 있는 행성, 

지하철 옆칸 사람, 옆옆옆 나라 회사, 옆옆옆 나라의 전자(electron)...”




워크숍의 대미는 <세번째 이웃> 협동 퍼포먼스로 펼쳐졌습니다. 그동안의 ‘이웃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섯개의 악장을 소개하고 즉흥 무대를 완성해 갔습니다. 아이들은 무대 위에서 스스로 놀라기도 하고, 관객의 반응을 체감하기도 했습니다. 완성도 보다는 함께 만든 과정이 더 중요한 순간이었고, ‘이웃’이라는 주제가 각자에게 다르게, 그러나 동시에 깊이 스며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무대의 합주자를 소개합니다!”


- 방아쇠: 타인의 사운드를 촉발시키는 공연의 지휘자. 내 소리에 반응해 다른 이가 시작함.

- 물결 러버: 배경을 깔고 흐름을 유지시키는 루퍼 역할, 공연의 '물결' 유지.

- 균열생성자: 분위기를 깨거나 전환을 만드는 파괴자.

- 공명자: 타인의 소리를 듣고 즉시 반응하는 반사체, 즉흥성이 핵심.

- 침묵장인: 조용함을 설계하는자. '거의 없는 순간'을 조율함.

- 감동설계자: 공연 전체의 감정선을 설계. 흐름을 따라 '느낌'을 입힘.

 

 

이번 워크숍은 단순히 소리를 만드는 실험을 넘어, 감각의 경계를 실험하고 타인의 감각을 받아들이는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어 쭈뼛대던 아이들도 소리를 공유하며 차츰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자연스럽게 공동의 무대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몸과 디지털 도구로 감각하는 경험은 어떤 지식보다 오래 남아서, 언젠가 아이들이 이웃과 함께 세계를 만들어갈 때 자연스럽게 꺼내 쓸 감각으로 자라나 있을 것입니다.



이 스토리는 현장을 함께 만든 협업 작가의 코멘트와 기록을 토대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탐구를 이끌어 준 작가님들과 기꺼이 세계를 열어 준 청소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SEED 17은 내년에 새로운 주제로 돌아올게요! 더 깊어진 질문과 실험으로 다시 만나요, 안녕!🖐️🖐️


글  |  창의팀 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