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6조회 38

[창의환경 조성] 2026 퓨처랩 컨퍼런스 ‘배움의 재정의, AI 그리고 Agency’ 리뷰


퓨처랩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배움의 환경을 함께 고민하고 나누기 위해 정기적으로 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지난 6월 20일, 스마일게이트 캠퍼스 로비에서 열린 퓨처랩 컨퍼런스에는 300여 명의 교육자, 학생, 학부모, 교육 관계자들이 함께해 창의적 배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올해 컨퍼런스는 조금 더 특별했습니다. 퓨처랩의 1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자, AI 시대를 마주하며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The Future is on Stage: 배움의 재정의, AI 그리고 Agency’를 주제로, 기술에 압도당하지 않고 자신의 고유함을 발견하여 스스로 삶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주도성(Agency)에 주목하였습니다. 배움의 본질을 되새겨보며 AI로 인해 생긴 기회와 위기를 짚어보고,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하였습니다.


[키노트 세션]

AI 시대의 에이전시와 창의적 배움

미첼 레스닉 | 퓨처랩 재단 부이사장, MIT 미디어랩 교수


첫 번째 연사로 미첼 레스닉 교수가 등단했습니다. 레스닉 교수는 이탈리아의 소도시 레지오 에밀리아를 소개하며, 어떻게 지역 사회가 아이들을 깊게 존중하고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지역 거리에는 광고판 대신 아이들의 그림이 걸려있고, 학교에는 아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교육 철학은 로리스 말라구치의 시에서 더 긴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백 가지 언어가 있고,

백 가지 손과 백 가지 생각이 있으며,

백 가지 방식으로 놀고, 이야기한다.”


레스닉 교수는 시를 통해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 디자인은 창의성과 호기심, 주도성이 발휘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이 맥락에서 그는 주도성을 스스로 선택하여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현재 등장하는 기술들이 아이들을 위해 설계되고 있는지 성찰을 이끌었습니다. 


아이들이 AI에 끌려다니는 사례를 경계하며, 대신 잠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활용하기를 권장했습니다.

프로젝트의 다양성 확장, 만드는 과정에서 유용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어드바이저 또는 학습자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상호학습 기능 등 스크래치 개발을 통해 교육 분야에서의 AI 활용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도구의 활용이 아이들 스스로 창조할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지기를 당부했습니다.


[세션1]

우리는 AI에게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가

거 왕 | 스탠퍼드 교수, 스탠퍼드 Human-Centered AI Initiative 공동 디렉터


다음으로 거 왕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레스닉 교수가 아이들의 관점에서 AI의 역할을 이야기했다면, 거 왕 교수는 이를 확장해 인간의 배움과 삶 속에서 AI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거 왕 교수는 오늘날 많은 기술과 서비스가 사용자의 필요를 충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좋은 디자인은 단순히 기능적 필요를 해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가치와 신념을 반영하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가치 기반의 디자인(Artful Design)을 제안했습니다. 스마트폰을 불어 연주하는 오카리나 앱 사례를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적인 즐거움과 의미가 디자인의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 그는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현실 속에서,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우리는 AI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I를 통해 무엇이든 더 빠르고 쉽게 만드는 것보다, 인간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는 배움의 본질이 수고로운 과정 자체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고, 탐구하며, 스스로 이해에 도달하는 경험이야말로 학습의 중요한 의미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AI의 역할은 이러한 수고로움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이 되도록 돕는 데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거 왕 교수는 AI가 인간을 대신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와 번영을 확장하는 기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배움의 과정 속에 담긴 수고로움과 기쁨을 잃지 않을 때, 우리는 AI와 함께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세션2]

창작 파트너 AI와 진짜 창작의 경험

김나영 | 퓨처랩 청소년 창작자, AI 단편영화 <가면의 사회> 감독


앞선 두 세션이 교육자 관점에서의 AI를 다루었다면, 다음 세션에서는 퓨처랩 청소년 창작자의 실제 경험을 들어보았습니다. 김나영 감독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에서 선보인 AI 단편영화 <가면의 사회> 창작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2025년에 진행된 퓨처랩 창작 워크숍에서 자신만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AI를 어떻게 써야 할지 터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AI를 보며 막연한 두려움도 느꼈지만, 실제로 썼을 때 기술적 마찰을 느꼈다고 회고했습니다. AI가 본인의 의도를 벗어난 결과물을 보여주었지만, 이러한 마찰 과정에서 능동적인 디렉터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쓸지, 어떻게 프롬프트를 고쳐가며 더 좋은 장면을 만들지는 본인의 몫이었기 때문입니다. AI가 그럴싸한 결과물을 보여주지만, 결국 치열하게 고민하며 진짜 이야기를 찾는 건 자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대화에서 스스로 쌓아온 경험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4개월의 퓨처랩 워크숍 중 초반 2개월은 아날로그 방식의 창작이 진행되었는데, 이 경험이 어떤 의미였는지 질문이 오고갔습니다. 김나영 감독은 AI가 없던 시간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필요했던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타인의 평가와 기준에 맞춘 답변을 찾았다면, 이제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과 관점이 생겼다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세션3]

AI 시대, 미래 세대가 가져야할 주체적 설계 역량

애리엄 모고스 | 퓨처랩 재단 이사, 스탠퍼드 디스쿨 Emerging Technology 리드


한 창작자의 개인적 경험은 이어진 세션에서 더 큰 사회적 질문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애리엄 모고스 교수는 AI를 무조건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이분법적 시각을 넘어, 우리가 AI를 보다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세 가지 측면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공예(Craft), 협업(Collaboration), 맥락(Context)입니다.


모고스 교수는 AI가 창작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이 무언가를 배우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생산적인 마찰을 잃어버릴 수도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과거에는 재료를 직접 만지고 다루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 속에서 이해와 감각을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AI를 통해 곧바로 결과물에 도달하게 되면, 재료가 가진 특성과 가능성을 탐구하는 재료 리터러시(Material Literacy)를 충분히 기르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두 번째는 협업(collaboration)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시간을 AI와 일대일로 상호작용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회의 문제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해결됩니다. 모고스 교수는 AI와의 대화가 늘어나는 만큼, 타인과 함께 의견을 조율하고 공감하며 협력하는 능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고스 교수는 AI를 기술 자체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AI는 사회와 분리된 중립적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가치관과 권력 구조, 그리고 불평등을 반영하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AI를 활용할 때는 그것이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고 누구의 관점이 반영되었는지, 또 어떤 목소리가 배제되었는지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모고스 교수는 AI 출처(AI Provenance)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이는 AI를 사용할 때 기술의 결과물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이 기술을 만들었는가", "어떤 가치와 관점이 반영되었는가", "누구의 목소리가 빠져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실천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기술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태도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패널토크]

배움의 재정의, AI 그리고 Agency

미첼 레스닉, 애리엄 모고스,  캐런 윌킨슨(미국 Exploratorium 팅커링 스튜디오 설립자), 거 왕


컨퍼런스의 마지막 세션인 패널토크에서는 레스닉 교수가 모더레이터로 나서, 애리엄 모고스 교수, 거 왕 교수, 그리고 퓨처랩 재단 이사인 캐런 윌킨슨과 함께 AI 시대의 진정한 배움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훌륭한 학습 경험에는 복잡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러한 어수선함(messiness)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얻는 즐거움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직접 만들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면, AI가 널리 활용되는 지금 우리는 중요한 학습 경험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패널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윌킨슨 이사는 팅커링 태도를 강조하며, 비선형적인 과정에서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가치를 논하였습니다. AI는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지만, 때로는 헤매는 과정에서 호기심이 지속되고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였습니다. 모고스 교수는 AI를 하나의 창작 재료로 비유하며, 다시 한번 재료 리터러시 역량을 강조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특성과 한계를 이해하며 다룰 수 있는 리터러시를 갖추는 것입니다. 거 왕 교수는 학습자가 처음부터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이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명확히 아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여러 번 시도하고 실패하며 탐색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관심과 방향을 발견하게 되며, 바로 그 순간들이 학습자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시작된 논의는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모아졌습니다. AI가 배움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스스로 탐구하고, 시도하고, 때로는 헤매어 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질문을 발견하고 길을 만들어가는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는 점을 패널들은 함께 강조하며 토론을 마무리했습니다.



올해 컨퍼런스는 AI가 일상화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되돌아보는 자리였습니다. AI를 의미 있게 활용하는 건 학습자가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기술의 능력과 한계를 스스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10주년을 맞은 퓨처랩과 함께 앞으로도 미래 세대를 위한 창의 환경을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