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8조회 32
[기고] '멋진 삶'을 위한 '멋진 몸'의 경험
글. 김태황 (SEED 총괄 기획)
어느 초등학교에서 “집에 혼자 있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은?”이라는 설문에 의외의 응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이나 뭔가 음흉한 답을 예상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답변은 “다리 떨기”였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다리를 떨어 어른들에게 혼난 경험이 있습니다. 복이 나간다며 못하게 하셨죠. 지금은 다리를 떠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만 어른들에게 제지당했기 때문에 고쳐진 건 아닙니다.
인간행동을 연구하는 논문에서는 다리떨기가 집중력 향상이나 긴장 완화의 효과가 있다고도 합니다. 때로는 뭔가 기대되고 신나서 다리를 떨 때도 있었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다리를 떨지 않는 건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신나는 일도 줄어들고, 호기심 자극하는 상황도 줄어든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뭔가에 집중하다가 긴장감이 해소되는 그 순간에 몸을 마구 움직여야 하지만, 그저 예상되는 사건이 벌어질 뿐이어서 점점 다리 떨기가 줄어드는 느낌이거든요.
몸. 자신의 정신과 영혼을 담는 그릇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몸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잘 알기 위해서는 잘 써야 하는데 지금 한국사회 다수의 아동과 청소년은 몸을 잘 쓰고 있을까요? 넓은 잔디가 있어도 뛰어 노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데는 누군가의 금지 명령이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각종 벌레와 동물의 배설물이 있고, 풀에 베일 수도 있고, 옷에 흙이 묻고, 자외선에 노출되고…… 해롭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공포를 누군가는 주입했을 수 있습니다.
필요 이상의 정보와 과잉한 보호 테두리 때문에 스스로 정신 안에 몸을 묶어 두게 되었다는 생각이 그저 기우에 그치는 건 아닐 겁니다. 최근 몇 년간 청소년 워크숍을 기획하고 열다 보면 아이들의 몸이 많이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낍니다. 몸이 뛰어들어야 가능한 것인데 머리를 쓰고 실행하는 것은 타자의 몫으로 돌리곤 합니다. 자기 경험이 없이 사고가 비대해지는 불균형의 상태를 자주 목격한다는 말입니다.
SEED에서는 창의적 환경으로 다양한 작업을 경험할 수 있는 워크숍을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멋진” 삶을 위해서는 “멋진” 몸의 경험이 켜켜이 쌓여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확신합니다. 자기 몸을 만나는 것은 사고나 논리력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경험이 영역으로 가져오는 시도입니다.
※ SEED 참여자 대상 특별강좌 [몸으로 만드는 예술품]
‘몸으로 만드는 예술품’ 워크숍을 통해 참여자들은 자신의 몸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몸을 움직이고, 탐구하는 것을 얼마나 어렵게 생각하는지, 쭈뼛쭈뼛 부끄러워하고, 참여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워크숍에 참여해 봅니다.

